한국적 혁신이 필요하다
- Admin
- 2017년 8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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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미국에 갔을때의 일이다. 저녁 6시에 케네디 공항에 도착하는 스케쥴이었는데 예정시간보다 1시간 앞서 공항에 내리게 됐다. 그런데 공항의 규모가 너무 작은 것이었다. 비록 케네디 공항은 처음이었지만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안내방송을 통해 폭설로 인해 케네디 공항에 내리지 못하고 주변의 작은 공항에 내리게 된 것을 알게 되었다. 항공사 측에서는 버스를 준비하여 케네디 공항까지 보내준다고 하였다. 5시간이 넘게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승객 누구 하나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이 없었다. 도리어 서로 격려하고 내릴때는 운전기사에게 큰 박수로 감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조현아씨의 땅콩사건이나, 어느 대기업 임원의 횡포를 생각하면 너무나 비교되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각 나라가 가지고 있는 문화와 민족성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을 지배하고 있는 정신은 프론티어, 즉 개척정신이다. 그렇기에 어려운 여건을 극복해 내는 슈퍼히어로에 열광하고 그들처럼 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다. 때론 이것이 지나친 개인주의나 물질주의로 나타나 많은 사람들에게 해악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합리적인 사고를 통해 위 사례와 같은 긍정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기업 혁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에는 많은 혁신기법들이 유행처럼 기업들에 전파되었다가 어느 순간에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곤 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혁신에 열광한다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제대로 뿌리내린 혁신기법들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드는 이유다. 필자는 그 이유를 바로 문화와 민족성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외국의 혁신기법을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 혁신 추진주체들의 역량 때문이라 생각한다.
Six Sigma, TOC, SCM등은 미국의 개인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이해해야 하고, TPM, TQC, TPS등과 같은 일본의 혁신기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사무라이 정신과 공동체를 유지하는 ‘和’의 정신을 이해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각각의 혁신기법이 가지고 있는 속성을 명확히 파악하고, 이를 우리의 문화와 민족성에 맞게 재해석해서 각각의 기업에 적용해야 성공적인 혁신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정신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고구려의 건국이념인 ‘다물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 다물이란 ‘따물으다’ ‘되물린다’는 뜻으로 고조선과 부여의 뒤를 이은 고구려가 옛 땅을 회복하겠다는 고구려 말을 한자의 음을 취해 적은 말이다. 나라가 융성하면 옛 땅을 회복할 수 있다는 통치자의 이상이 반영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한반도라는 좁은 땅덩어리가 아니라, 전 세계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혁신을 통해 강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우리만의 혁신, 즉 한국적 혁신을 위해 다음 세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는 열정과 용기다. 혁신 리더의 발굴 및 조력을 통해 그들이 대외지향적으로 지속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간디’하면 비폭력운동만을 떠 올린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인도독립을 위한 열정과 외부의 회유와 압력에도 굴하지 않는 용기가 있었다. 그랬기에 평생을 고단하게 살았지만, 결코 꺽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우리 기업들도 열정과 용기를 가지고 혁신을 추진해 나갈 수 있는 혁신 추진 주체들을 양성하고, 그들을 통해 지속적인 혁신활동을 펼쳐나가야 한다.
둘째는 위기대처 능력이다. 고구려가 수나라 당나라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킨 것처럼 우리 기업들도 대내외의 위협을 극복해 낼 수 있는 위기대처 능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실성 있는 주제 선정을 통해 신속하게 목표를 추구하고 달성할 수 있다는 성취감을 고양시켜줘야 한다. 그래서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다는 강한 성취동기를 모든 직원들이 가지게 되었을 때 비로서 외부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배양되는 것이다.
셋째는 응집력이다. 2002년 월드컵이나 평화의 댐 건설을 위한 금 모으기 운동 등을 바라보는 외국인들은 하나같이 한국인들의 공동체 의식에 혀를 내두르곤 한다. 하지만 우리의 공동체 의식에도 하나 부족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경쟁친화적인 공동체 의식이다. 즉, 선의의 경쟁을 통해 공동체 의식의 고취 및 지속적인 발전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보다는 상호비방 및 견제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쟁친화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서, 우리의 응집력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세상에 만병통치약이 없는 것처럼, 모든 기업의 모든 상황에 맞는 혁신기법이란 존재할 수 없다. 각 나라의 문화와 민족성의 차이 뿐만이 아니라, 각 기업의 역량 및 특성에 따라 ‘맞춤형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특정 혁신기법에 의존하기보다는, 사람 중심의 혁신활동이 돼야 한다. 특히 한국적 혁신을 위해서는 열정과 용기, 위기대처능력, 응집력을 높일 수 있는 혁신 역량의 향상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 독일 등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도 2배 이상의 높은 교육열과 우수한 인재풀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우수한 인재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업 혁신의 방향이 설정되어야 한다. 1935년 90년이던 기업의 수명이 1975년 30년, 2005년엔 15년으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한국적 혁신활동이 기업혁신의 뿌리로 자리 잡아,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100년, 200년 존속할 수 있는 강한 기업들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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